글
인현왕후를 보면서 느낀 건 의외로 케이블 티비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대본이 탄탄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시청자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반전을 몰고 온다는 것이 가장 흥미를 끄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먼저 지난 9회에는 기억을 잃어 버린 지현우(김붕도)가 조선시대로 넘어가 혼란을 겪는 장면이 지속 되었다면 10회에는 서서히 기억을 찾아가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상상할 수 없었던 반전이 일어나고 맙니다. 궁에 입궐한 지현우는 숙종이 직접 중매까지 설정도로 출세를 거듭하게 되는데 이 이야기는 실록에 기록되어 현시대의 유인나까지 확인할 정도의 내용이었습니다. 이 사실을 기록을 통해 본 유인나는 자신도 모르게 화가 나고 질투가 폭발하고 마는데 남들이 김붕도와의 일을 꿈속의 일이라고 치부하지만 다가오는 느낌은 확실히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배신감이 드는 부분이었지요.
하지만, 이게 반전이라는 섭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정말 판을 뒤집는 최고의 반전이었고 상상할 수 없었던 내용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여기서 시청자가 이해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지현우가 지난 8회에서 과거로 넘어오는 순간 자객을 만나 부적이 그만 찢어져 모든 기억을 잃게 되는데 이런 증상은 현시대의 유인나와 관계된 모든 사람에게 일어났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유인나는 기억을 잃어 버리는 순간에 교통사고로 머리를 다쳤던 탓인지 그 기억이 사라지지 않고 존재하는 이상한 증상을 겪게 되지요. 다른 사람들의 기억이 사라졌다면 똑같이 사라져야 하는 데 말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더 놀라운 점은 지난 시간만큼의 남모른 기억이 전부 다시 쓰여졌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과거의 사실이 모두 바뀌어 버린 것이지요. 이 때문에 졸지에 유인나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한동민과 어처구니없게 연인 사이가 되어 있고 둘이 공개 데이트까지 한 상황이 벌어져 있을 정도였습니다.
헌데 이런 증상이 과거 지현우(김붕도)에게 똑같이 일어났다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우리가 몰랐던 것은 지연우가 과거의 사람이라 전제를 두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현시대의 사람들처럼 지연우도 과거 같은 공간에 있던 사람들과의 기억이 뒤엉키며 또 다른 기억이 쓰여졌다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대상의 인물이 실제 조선시대 인현왕후라는 사실에 우린 충격을 받고 말았습니다. 이 사실은 지연우가 궁궐에서 인현왕후를 잠시 만나면서 둘의 대화에서 확인되는 내용인데 지연우는 그 기억에 대한 사실을 전혀 알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었지요.
인현왕후는 잠시 나인들을 물러나게 하고 나서 떨리는 음성으로 지연우에게 내내 기다렸다며 이런 말을 합니다. '어찌나 놀랍고 떨렸는지 지금도 떠올리면 잠을 못 이룰 지경이나, 전하께 아뢰지도 못하고 내내 애만 태웠습니다.'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지연우가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어리둥절해하자 오히려 당황한 쪽은 중전이었습니다. 그래서 '혹여 교리에게 해가 갈까 하여, 마땅히 묻어야 할 말을 괜히 꺼낸 것입니까?'라고 묻게 되는데 지연우는 또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마마 지금 말씀이 무슨 뜻이온지'라고 대답을 하게 되지요. 그러자 중전은 '내 실수입니다. 다시는 얘기 않겠습니다. 전하께서 아실까 겁나옵니다.'라고 황급히 그날 밤 일을 덮어버리고 맙니다.
그 사이 숙종까지 마주치게 된 지연우는 숙종과 인현왕후가 자신의 혼사를 놓고 이야기하는 사이 중전의 모습을 지켜보다 다시 쓰여진 기억을 떠올리게 되지요. 그런데 이 기억이 유인나의 기억과 마치 혼동을 일으키는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지연우가 인현왕후를 유인나로 착각을 해서 자신도 모르게 왕의 여자에게 키스를 해버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다시 집으로 돌아온 지연우는 이런 기억들이 갑자기 스쳐 지나가며 떠올리게 되는데 왕의 여자이자 중전인 인현왕후에게 자신이 키스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패닉에 빠지고 맙니다. 그 뒤로 더 적극적으로 부적의 행방을 찾아 나선 지연우는 스님을 만나 유인나와 얽힌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듣게 되고 부적의 사용법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을 미행한 자객들과 혈투 끝에 부적을 다시 찾게 되지요. 그렇게 해서 다신 현시대로 넘어온 지연우는 잃어 버렸던 모든 기억을 되찾게 되고 유인나를 만나러 가게 됩니다.
하지만, 유인나의 매니저인 조수경의 방해로 결코 만남이 순탄치 않았지요. 그러다 문득 대형 광고판에 나오는 유인나의 모습을 보게 되고 레드카펫 행사가 있던 장소까지 찾아온 지연우는 유인나와 운명처럼 눈을 마주치게 되지요. 여기서 꿈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유인나의 놀라는 표정과 지연우의 따뜻한 미소는 겹치면서 10화가 끝나게 되는데 좀 이상한 점은 지연우의 기억이 다시 돌아오며 원점으로 돌아왔다면 다른 사람들의 기억도 다 돌아와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점이지요.
그래서 말인데 오히려 이 이야기가 유인나와의 로맨스보다 더 관심을 끌어 버린 역효과를 가져오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비중 없이 그냥 스쳐 지나가는 장면으로 나올 수도 있지만 말입니다. 정말 다음 회가 궁금해지는 '인현왕후의 남자'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어쩌면 현재와 과거 모두 지연우는 인현왕후의 남자일 가능성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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